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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창사특집 다큐멘터리 3부작 ‘카레이스키 150년만의 귀향’ 후기

고려인, 운명으로 연결된...



동평 사무국장 김종헌

지난 12월 13일과 16일, MBC에서는 고려인, 150년만의 귀향이라는 제목으로 러시아-중앙아시아-북한-한국을 자동차로 종단한 프로젝트를 찍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올 한해 동평에서 사무국단체로 활동했던 고려인15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서 7월부터 이 팀의 한국일정을 맡아서 진행하느라 그야말로 생고생을 했던 그 프로젝트이다.

다큐멘터리에는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대륙의 풍광과 시원한 자연이 담겨져 있었고 각지에 퍼져있는 고려인들의 이산과 정착을 거듭하면서 겪었던 아픔과, 생존을 위해 투쟁했던 거대한 서사가 있었다. 또한 굳이 자동차로 남북을 통과하려는 고려인들의 투지. 차량을 타고 북의 곳곳을 지나치면서 어렵게 담은 북의 거친 풍경과 사람들이 녹아들어 있었다. 사실 이 사업의 당사자로써 한국의 분량이 너무 짧게 나왔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방송은 방송의 생리대로 움직이는 것이니까 이해하고 말자. 

김에르네스 단장은 92년 무모하게 시작한 러시아-남북종단 프로젝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세 번 만에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지만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그 일을 성공시켰다. 7월 9일인가 모스크바에서 출발할 때 역시 이 프로젝트가 또 한 번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뚝심 있게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김에르네스 뿐만이 아니라 다큐에서는 랠리에 참가한 고려인 청년 박루슬란(영화감독)의 시선을 통해 왜 이 기나긴 여행을 하고자 하는지, 남북을 통과하고자 하는지, 고려인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고려인 관련 활동을 수년째 해온 나 또한 세삼 “고려인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간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주와 이민의 역사, 특히 강제이주의 경로를 거슬러 오르는 이 여정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운명으로 연결된”자들의 고뇌가 아니었을까? 고려인의 입장에서는 비록 많은 사람들이 언어를 잃고 현지인이 되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회귀하고자 하는 연어들처럼 본능적으로 연결된 그 무엇을 느끼는 것이고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한 반세기의 역사에서 멀리 떨어져나간 존재이지만 그들의 역사를 들으면 가슴이 아려오는 그 무엇 말이다. 그렇게 “운명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의 깊은 “연대감”을 이번 프로젝트를 담은 다큐에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P.S 발루슬란 씨는 랠리의 후반에 눈에 띄었다. 나는 그냥 방송팀 또는 통역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변변히 대화 한번 나누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박루슬란씨와 찐한 소주한잔 청해보리라. 그리고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위대한 장정의 대원들에게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