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옛 소련 땅에 한글학교를 세우면서 재외동포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죠. 지금도 여전히 재외동포를 위해 할 일이 많습니다.”
재외동포 지원사업을 벌이는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의 신임 이사장으로 지난달 선임된 임채완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69·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에 흩어진 재외동포는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임 이사장은 재외동포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1981년 전남대 교수로 부임한 이래 재외동포와 관련한 연구를 이끌면서 정부의 재외동포 관련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2015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임 이사장이 재외동포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 체제와 관련한 논문을 쓰기 위해 소련에 간 임 이사장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고려인을 만났다. 그는 “생김새는 똑같은데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사회주의권 국가에 흩어진 동포를 교육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충격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재외동포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임 이사장은 1991년 귀국해 재외동포 지원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는 소련에 한글학교를 짓기로 결심하고 지역 신문인 광주일보에 글을 연재하며 모금운동을 펼쳤다. 반응은 뜨거웠다. 그는 “당시 돈으로 약 5만달러를 모았다”고 했다. 이 돈으로 고려인 밀집지역에 광주한글학교(현 세종학당)를 6개 세웠다. 그는 “군사 영토는 정해져 있지만 세계에 흩어진 750만 명의 재외동포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면 경제영토와 문화영토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