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헌법 9조에 노벨평화상을 

최근 일본의 다카노스 나오미(鷹單直美·37)라는 여성이 아베 신조 내각이 추진하는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가 참여해 수만 명의 서명을 받아 노벨위원회에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국민’을 노벨평화상후보로 신청했고 마침내 후보로 선정된 뉴스를 반갑게 들었다.  일본국 헌법 이른바 ‘평화헌법’은 2차 세계대전에 패한 일본이 미국정하에서 일본제국헌법을 폐기하고 일본국 헌법으로 개정한 것이다. 그 내용 중에 <전쟁포기와 전력 및 교전권부인>을 담은 9조를 제정하게 된 것이었다.  새 헌법에서 일왕은 전권을 행사해온 국가원수에서 국민통합의 상징적 존재로서의 존속되었다. 히로히토는 전쟁 최고책임자이자 군통수권자로서 태평양전쟁(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책임을 면제 받은 초유의 사태가 되었다.  일본을 다시 손쉽게 통치하기 위한 방안이 되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위안부(성노예)’ 문제를 제기해왔던 각국의 여성단체들이 공동주최한 2000년 도쿄여성전범재판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근현대사는 부국강병과 침략전쟁의 역사였다. 특히 청일전쟁을 통해 타이완을, 러일전쟁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조선반도를 식민지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전쟁을 확대하다가 마침내 미국까지 상대로 싸우는 태평양전쟁을 일으켰지만 연합군에 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맥아더의 GHQ의 지배하에 민주적 개혁을 강요받았고 그 결과 중 하나가 ‘헌법 9조’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전쟁범죄의 과거를 지우면서 평화헌법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처럼 보였지만 일본 보수 우익세력들은 전후 숨을 죽이며 기회를 엿보다일본의 우경화바람을 타고 비무장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재무장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변신을 줄기차게 시도해 왔다. 또한 역사책임 영토갈등 등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이 신냉전으로 이어지면서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군사비 지출과 재정적자로 자동군비 삭감이 진행되는 미국을 대신하여 일본이 군비증강을 도모하고 한미일 군사공조가 추진되고 있다.  대국굴기의 중국과 소모적 갈등상태인 남북한 모두 군비증강과 군사주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인간안보가 위협받으면서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는 좌초하고 평화는 위협받고 있다. 일본의 헌법9조는 2차 세계대전의 비극 가운데서 탄생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작년 도쿄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긴자부로는 반원발(원전) 1천만 명 추진본부 발족 강연회에서 일본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원발(원전) 폐지’와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것’ 두 가지라고 강조했고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말 중미 평화여행중에 코스타리카를 방문했었다. 헌법상으로나 실질적으로 군대가 없는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라는 나라는 국민의 인권 평화지수가 매우 높다. 소득은 높지 않지만 민주주의가 안착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주변국에는 내전과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지만 코스타리카는 예외적으로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엔평화대학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군대가 아니라 사회복지를 통한 인간안보를 택함으로써 군대없는 국가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헌법 9조는 군사주의 욕망을 저지할 수 있는 보루지만 일본국민의 힘으로만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군사적 충돌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상으로라도 이러한 전쟁반대와 비무장을 표방하고 있는 헌법 9조를 함께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것이 아시아 평화운동의 중요한 과제이다.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상되기를 바라면서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