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헤이트 스피치, 그에 대항하는 반격 행동을 보고
김붕앙(코리아NGO센터)
작년 여름부터 도쿄 신주쿠 오오쿠보와 오사카의 이쿠노쿠 츠루하시 등 재일동포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한국과 재일동포 등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동반한 집회와 데모가 반복되고 있다. 금년 2월 10일과 11일, 오오쿠보에서 일어난 데모에는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당장 목 매달아라, 조센진’ 이라고 쓴 프랭카드가 걸렸고, 2월 24일 츠루하시에서는 여중생이 ‘남경대학살이 아니라 츠루하시대학살을 실행한다’고 말하는 등, 말들이 너무나도 강렬하고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인종주의와 배외주의(排外主義)행동이 한층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미디어를 통해 듣거나 본 적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러한 행동은 중국계 상점이 많고, 중국인 주민도 많은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서도 만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4월 21일 오오쿠부에서 개최된 데모의 제목은 ‘일본인 차별을 없애라 in 신오오쿠보신오오쿠보(新大久保)’. 어찌됐건 국적상으로 치자면 0.5% 정도의 한국/조선적과 중국국적자가 09%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인을 차별하고 있고, 일본인은 억압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날은 위에 나온 것처럼 특정 민족을 ‘죽인다’고 하는, 바로 제노사이드를 나타내는 단어는 아무래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런 표현은 거의 볼 수 없었지만, 그 대신에 나온 것이 ‘반일극좌집단은 몰살하자’라는 표현. ‘반일극좌집단’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또한 ‘반일극좌집단’이라면 몰살을 요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그 정반대가 되는 ‘친일극우집단’의 몰살은 용인되는 것인가. 그 데모를 진행하고 있는 주체야 말로 바로 그렇지 않은가.
최근 신주쿠 오오쿠보에서 반복되고 있는 배외주의데모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분노를 넘어 피로감, 허탈감을 느낄 뿐이다. ‘재일 특권’이라든가 한국인/조선인이 일본에서 범죄만 일으킨다거나 하는 말은 이미 10년 이상 전부터 인터넷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봐 왔던 말이다. 이전에 활동했던 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러한 근거도 없는 추한 말들이 끈질기게 몇 번이나 계속 올라와서 정작 우리들이 만나고 싶었던 재일동포들이 홈페이지 접속 자체를 하지 않게 돼 버렸던 아픈 경험이 떠오른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이제는 공공연하게 가두에서 일어나게 된 현상을 직시하며, 어떻게 하면 우리 재일동포들에게 평온하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 이런 배외주의에 항의하는 행동도 최근 들어 빠지지 않고 매번 일어나고 있으며, 그 규모는 회를 거듭할 때마다 커지고 있다. 그러한 반격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전부터 활동해 왔던 활동가들이 아닌 현재의 배외주의의 움직임을 가만 두고 볼 수 없음을 느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심한 사람들인 것 같다. 이런 추한 배외주의에 대해 무엇인가 리액션이 일어날 정도의 ‘건전함’이 아직 일본사회에는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느끼게 해 준다.
단 그 중에서 아무래도 위화감을 강하게 느낄 수 박에 없는 말이 있다. 배외주의데모를 하는 사람들을 향해 ‘돌아가’라고 하는 말이다. 바로 재일동포들이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싫으면 조선반도로 돌아가라’라고 공격하는 것과 똑 같은 말이다. 피차별자(피해자)를 향한 차별, 모욕의 말을 굳이 차별자(가해자)에게 사용하는 전법도 있을 수 있다는 것에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 ‘돌아가’라는 말이 정말 그 정도까지 깊은 생각을 가지고 사용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필시 재일동포가 이 말에 상처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돌아갈 곳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면서 사용되는 것에 내포된 폭력성 때문이다. 배외주의를 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어디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일까. 그 데모대 안에는 데모가 일어나고 있는 신주쿠 오오쿠보라는 지역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 이 ‘돌아가’라는 말이 맹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 그저 한숨이 나올 뿐이다.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배외주의 집회/데모를 없애고 싶다. 단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을 제대로 선택해 가야 할 것이다. 투쟁을 고무하는 자극적인 말만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 괴롭다. 한국의 재외동포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에서 이러한 배외주의적 표현이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일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용서할 수 없는 배외주의 행동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의 추한 말로 응수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본인을 매도하는 것에는 응원할 수 없다. 우리들의 조국은 타자를 존엄을 가진 존재로서 제대로 보도록 노력하는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리 재일동포에게 가장 큰 응원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재일동포 3세.
NPO법인 코리아 NGO센터 도쿄사무국장
http://korea-ngo.org(일본어)
[출처]
KIN (지구촌동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