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가다>(원제: 상처 위로 핀 풀꽃)를 쓴 이재갑 사진가가 5월 15일 동평 사무실을 방문해주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사진을 찍는 사람이어서 책 보다는 사진집을 내려 했으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한 장의 사진이 아닌 글이 필요해서 이 책을 내게 됐다고 한다. 사실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적은 것이 아니라 “말”로 적은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가볍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 책을 내기까진 16년의 시간이 걸렸다. 무작정 일본에 가기 앞서 서대문 형무소, 영천 격납고 (일제가 2차 대전 말기 연합군의 공습에 대비, 전투기를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시설로 영천시에는 금호읍 신월리와 봉죽리 일대에 반파된 1기를 포함 7기가 있다.) 등 국내를 먼저 방문·조사 하였으며 심각성을 느끼고 2001년 일본(후쿠오카)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당시 강제 징용됐던 사람들을 통해 큰 사건들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또는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산 속, 땅 속, 굴 속등 마다하지 않고 다니며 조사하였다. 일본에 가서 조사하며 느낀 것 중 하나가 일본인은 대한민국 조선의 삶뿐만 아니라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려 했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것을 느끼고 나니 현재까지도 한국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본화된 풍경이 숨겨져 있다는 것 또한 발견했다고 한다.
기차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한 일본. 그리고 현재 문헌상 알려진 징용 자의 수는 약 150 만 명. 그런데 기차 침목 하나당 조선인 한 명이라고 보면 된다고 하니 문헌상의 숫자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이재갑 사진가는 기차를 타지 않았으며, 빠르고 편한 기차를 타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싶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는 매우 슬프고 아프다. 하지만 슬프고 아플 뿐, 절대 부끄럽거나 서글픈 역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고 기억하고 싶지 않아 숨겨버리니 현재의 역사는 매우 편향적일 수 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듣고 싶은 것 만을 들으며 살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살 수 만은 없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도 이긴 자(?)의 역사와 함께 재조명 되어야 하며 재조명 되었을 때 비로소 역사·문화·삶의 복원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역사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길 위에도 있으며 길 위의 역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이재갑 사진가는 말했다.
현재 발간이 된 책은 한 권이지만, 앞으로도 책 작업을 계속해 갈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80개가 넘는 현(縣)이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현도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 주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문가(사진, 그래픽, 글, 홍보 등)들과 힘을 모아 책을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아 ‘드림팀’ 이라는 전문가 집단도 기획 중에 있다. 추후에 나올 책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도 실을 예정이며, 꼭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책이 시리즈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