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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슈켄트-역사의 겉과 속

'무슬림 마을'의 까레이스키


부산대학교 민병욱 교수

우즈벡인과 고려인 호객 속 타슈켄트 도착
- 아미르 티무르 광장부터 초르수 바자르까지
- 걸어서 도심여행… 박물관·극장엔 예술향기

- 티무르제국 건설한 아미르 티무르
- 우즈벡 무슬림에겐 위대한 영웅이지만
- 기독교인에겐 잔인한 약탈자 '두 얼굴'


 터키 이스탄불의 라마단 해제 전야제에 참여하고 나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들어가면서 떠오른 것은 무슬림과 고려인이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타슈켄트로 가는 대기실에는 우즈베키스탄인, 한국인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무슬림을 뜻하는 우즈벡과 마을을 가리키는 스탄이 결합된 무슬림의 마을이듯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 터키로 왕래하는 것은 이웃집 나들이를 하는 것과 같다. 공항대기실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인들은 대부분 터키를 왕래하는 보따리장수들로, 한국인들에게 돈을 건네면서 짐의 대리운송을 부탁하는 일로 더 붐비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대체로 유럽을 둘러보고 귀국하는 여행객이다. 우리 민족이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할 때 고려인들이 우즈베키스탄인에게 뭔가를 부탁했던 것과는 반대로, 우즈베키스탄인들이 그 고려인의 후손 한국인에게 뭔가를 부탁하고 있는 것은 대기실의 또 다른 풍경이다.

 타슈켄트 공항에 도착하여 여행객들을 멀리하고 보따리장수들을 따라 홀로 나서면 여행자들은 무슬림 속의 고려인과 같이 고난의 여정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추측은 잠시일 뿐 출국장을 나서면 여행자들은 갑자기 모국어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여행자들은 택시라고 외쳐대는 우즈베키스탄인들과 고려인들의 성가신 호객에 부대끼거나, 한국인이냐, 어디에 사느냐, 어느 회사 다니느냐 라고 묻는 고국으로 귀향하는 우리나라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노동자들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기도 한다.

■고려인의 시장 까스삐딸리 바자르
 그 공세를 벗어나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가야할 곳은 고려인들의 시장, 까스삐딸리 바자르이다. 자국 화폐로 현금거래를 법으로 묶어 놓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환전이다. 암시장에서의 환율이 은행보다도 무려 1.5배나 높기 때문이다. 환전을 마친 여행자들에게는 그 많은 양의 화폐를 가지고 다니기 위한 가방이 하나 더 늘어난다. 새로 늘어난 가방의 무게만큼 여행도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으로 여행자들은 타슈켄트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은 아미르 티무르 광장에서 초르수 바자르까지 가거나 그 반대로 다니는 것이다. 광장이나 바자르, 어디서 출발해도 두 곳 사이의 거리는 지하철 메트로 네 정거장이니 여행자들은 걸어서 다닌다.


◀ 사진은 티무르 제국을 건설하고 인도와 비잔틴 제국을 침략한 우즈베키스탄의 위대한 영웅 아미르 티무르 동상.

 광장에 서면 여행자들은 말을 타고 손을 높이 쳐들고 호령을 하는 아미르 티무르 동상을 만난다. 아미르 티무르(1336~1405)는 우즈베키스탄 무슬림들에게는 티무르 제국을 건국하고 인도와 비잔틴 제국(동로마제국)을 침략한 위대한 영웅이지만 기독교들에게는 잔인한 약탈자였다. '말뿐인 기독교인이 아니라 비기독교인'으로서 동방, 특히 페르시아에서 유토피아를 찾았던 괴테도 '서동시집'의 '겨울과 티무르'라는 시편에서 티무르의 죽음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겨울이 크게 노하여/ 그들을 에워쌌다./ 그러고는 모든 병사들 사이사이/ 여기저기 혹한의 기운을 흩뿌리면서/ 여러 바람들을 독려하여 병사들을 사정없이 공략하게 했다./ 이렇게 겨울은 살을 에는 듯한 폭풍들에게/ 막강한 힘을 주어 병사들을 덮치게 해놓고는/ 티무르의 야전 회의장으로 내려왔다./ 그러고는 티무르를 위협하며 이렇게 호통을 쳤다.'

 그의 호통은 전쟁의 위대한 영웅을 멸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다. 자연 앞의 인간은 보잘 것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새기면서 그 동상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박물관들과 극장들, 옛 궁전, 이슬람 사원 등을 찾아 나선다. 아미르 티무르 박물관과 우즈베키스탄 역사박물관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역사를 둘러보고, 응용예술 박물관과 응용예술 역사박물관에서는 19세기와 20세기 현대 회화들을 비롯한 실용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러시아의 발레와 오페라 공연을 주로 하는 나보이 오페라 발레극장이 문을 닫으면 그 부근에 있는 볼쇼이 나보이 극장 우즈베키스탄 예술박물관에서 러시아가 지배하기 이전 시대의 미술품들을 둘러볼 수 있다. 그 미술품들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3세의 사촌 로마노프 왕자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예르미타시 미술관(현재 국립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전신)에서 빌려와서 되돌려 주지 않고 자신의 궁전을 꾸미는데 사용한 수집품들이다. 그 미술품들을 빌려 온 로마노프 왕자의 궁전도 인근에 있고 그 궁전 안에는 무굴 제국 설립자 바부르의 할아버지 유누스 칸의 묘도 있다.

 ■박물관 극장에선 젊음의 열기가
 광장을 중심으로 유적을 둘러보고 나서 여행자들은 지하철 메트로의 길을 따라 가다가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에 이어서 우즈베키스탄 청년극장과 나보이 문학박물관을 만난다. 그 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연극 공연을 연습하는 젊은 배우들의 열기가 넘쳐 나고, 그 곁에 있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아미르 티무르 제국시대 가장 위대한 시인 나보이가 페르시아어로 쓴 원고의 복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행자들은 문학박물관의 해독 불가능한 낯선 언어를 피하고 몸짓 하나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저자거리로 나선다.


 ▲ 사진은 1991년 9월 1일 구 소련 해체 및 우즈베키스탄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조형물.

 초르수 바자르는 타슈켄트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이다. 바자르에서 여행자들은 온갖 전통 음식들, 샤슬릭(꼬치구이), 쁠롭(볶음밥), 만띄(만두), 솜사(군만두), 라그만(볶음짬뽕) 등을 접하고 다시 지하철 메트로를 타고 아미르 티무르 광장으로 되돌아간다. 여행자들은 광장 뒤편에 있는 헐리우드 거리, 헐리우드 스타들을 중심으로 인물화를 그린다는 뜻에서 지워진 헐리우드 거리로 가서 거리화가들의 미술작품을 감상하거나 더위를 식혀주는 분수대로 가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아모르 티무르 동상에서 초르수 바자르까지 여정을 가능하게 한 것은 고려인 시장 까스삐딸리 바자르의 암달러 환전소이다.

 우즈베키스탄인은 고려인과 한국인의 관계를 알까? 아니 한국인에게 고려인은 누구인가? 우즈베키스탄 여행은 한국인이 고려인을 찾아가는 여행인가 아닌가? 여행자들이 역사 앞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우즈베키스탄 여행인 것 같다.

# 우즈벡은 다인종 혼혈사회
- 건포도, 쌀벌레, 달나라

 지난해 인터넷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검색하면 첫 번째 순위로 '김태희가 밭을 갈고…'라는 말이 뜬 적이 있었다. '미녀들의 수다'로 알려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우즈베키스탄 여인 자밀라와 구잘이 유행시킨 말이다. 우즈베키스탄이 미인의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인종의 혼혈사회인 것은 분명하다. 약 130개 인종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동쪽으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남쪽으로 아프가니스탄, 남서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 북쪽과 북서쪽으로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한 지리적 환경, 실크로드가 지나는 곳에 있었던 오아시스에서 현재 도시로 발전한 사막 지역의 특성, 유목민족의 특성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 특성으로 인하여 우즈베키스탄인들은 외국 여행자들에게 친절하고 인정스럽기도 하지만 상혼은 철저하다. '건포도 한 알이면 7명이 나누어 먹는다' '쌀벌레가 없는 쌀은 없다'라는 자국 속담도 있지만 '우즈베키스탄인은 달나라에 가서도 장사를 한다'라고 하는 이웃나라 카자흐스탄의 속담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인들에게 외국 여행자들은 건포도일까, 쌀벌레일까, 달나라 손님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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