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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두캠페인 시작에 앞서 단체사진 한 컷
 

7월 26일 금요일, 나를 포함한 자원봉사 6명과 동평 활동가 2명, 김포공항역에서 ‘미래를 여는 책 – 함께 만드는 무지개 책장’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야심 찬 자원봉사의 첫 캠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날부터 큰 실수를 저질렀다. 약속장소로 가는 도중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갈아탄 것이었다. 한참 동안 여러 정거장을 지나친 뒤에야 뭔가 이상하단 걸 깨닫고 부랴부랴 지하철을 다시 갈아탔다. 결국 원래 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지각을 하고 말았다. ‘첫 대외활동인데 지각이라니...’ 진땀이 났다. 더구나 난 팀장이었다. 역시 김포공항역에 도착하니 팀원들이 모두 모여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팀원들 얼굴 보기가 어찌나 미안하던지 정말 면목이 없었다. 그래도 동기부여는 확실히 돼서 오늘 최대한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우리가 이 날 홍보한 사업인 ‘무지개 책장’이란, 해외로 출국하는 시민들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현지 도서를 구입하여 각지의 다문화 도서관에 기증하는 캠페인이다. 평소 엄마나라의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은 그렇게 엄마나라의 도서를 읽을 수 있게 되고, 또 도서가 도서관 별로 순환됨으로써 여러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러한 취지의 사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우리가 홍보 장소를 김포공항역으로 정한 것도 해외로 나가고 들어오는 시민 분이 많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단체 티셔츠로 갈아입고, 파이팅을 외치며 오늘의 의지를 다지는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리고서 본격적인 무지개 책장 알리기에 돌입하였다. 우리 팀원들은 각자 홍보 리플렛을 나눠 들고서 지나가는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상 군중들 사이로 들어서긴 했으나 문제는 이렇게 지나가는 분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일이 이번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군대를 갓 제대하고 나름 씩씩한 청년이라 자부하던 나도 선뜻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상형의 여성을 보고서 씩씩하게 다가가 말을 건네던 용기는 다 어디 갔단 말인가...’
 
 
▲ 캠페인 초반 굳어있는 내 모습

 
그래서 사실 초반에는 홍보 판넬 옆에 멀거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만 멀뚱멀뚱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다른 팀원들은 용기를 내서 살며시 시민 분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아마 그 분들도 이런 류의 작업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만큼 이번 자원봉사에 임하는 큰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열띤 홍보활동, 시민들 속으로!
 
 
‘그래! 나도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지’ 다른 팀원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나는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 앞에 다가오는 한 여성분에게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동북아평화연대의 대학생 봉사단인데요···이렇게 저렇게 해서 무지개 책장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버벅댔지만 사전에 교육받은 매뉴얼대로 또박또박 말하고자 노력했다. 밝은 인상의 그 여성분은 내 인사에 잠시 눈을 맞춰 고개를 끄덕이신 뒤, 약간의 어색한 미소만을 남긴 채 그대로 내 옆을 스쳐 가셨다. ‘아오...창피해라’ 잠시 동안은 그대로 굳어서 민망함과 슬픔의 감정에 잠겼다. 하지만 오히려 그 뒤부터는 오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래, 쉬운 일이 어딨어, 이럴 거 예상 못 한 것도 아니고, 몇 분이라도 얘기 들어주시면 되는 거지’ 이렇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고 그때부터는 보다 평안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홍보에 나설 수 있었다.
 
 
▲ 무지개 책장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시민 분들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많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확률적으로도 우리의 말에 귀를 기울일 분들의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더욱 멘트라던지, 몸짓이라던지, 인상이라던지 홍보 방법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몇 시간동이라도 계속 하다 보니 요령이 조금 생겼다. 처음에 도와달라고 긴 말을 하면 으레 그렇듯 부담스럽게 느끼시기 때문에 먼저 “시간 있으세요? 잠깐 30초만 설명 들어주시면 되거든요”하며 최대한 부담감을 줄이며 다가가는 방법도 나름 터득하게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노력하다 보니 슬슬 경계를 풀고 잠시 귀한 시간을 내주시는 분들도 맞을 수가 있었다.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시며 캠페인에 호감을 드러내시는 분들도 여럿 계셨고, 제주도에서 다문화 관련 일을 하신다는 한 아주머니께서는 직접 음료수도 사다 주시며 응원해 주시는 것이었다. 그럴 때는 정말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아울러서 이전에 이러한 홍보운동을 하시던 분들을 대하던 나의 태도까지도 다시금 돌아볼 수가 있었다.
그렇게 4시간여를 다리를 토닥여가며 홍보활동을 하였고, 아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첫 캠페인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활동을 마치고 다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친목 겸 평반의 시간을 가졌다. 다들 나처럼 아쉬운 점도 있었고, 보람도 느꼈던 것 같다. 다른 팀원들 모두 쉽지 않았을 텐데 열심히 임하는 모습에 더불어 힘을 얻을 수 있었고,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 오늘 만났던 수많은 시민 분들 가운데에서 무지개 책장에 대해 기억하시거나 참여하실 분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노력이 십시일반으로 모여서 나중에 아이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다면 오늘의 수고가 결코 헛되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다음 번에는 더욱 알찬 캠페인이 되도록 하자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