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5.30> 끄레모바 숙박 가정 방문 - 1. 심 발로자 (3호집)

by 관리자 posted Nov 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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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고려인의 어려운 삶을 현장에서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낌으로써 현장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 하겠다는 취지로 끄레모바 각 가정을 순회하면서 주말을 끄레모바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출장 근무입니다. 그래서 첫 집으로 5월 27일 토요일부터 5월 29일 월요일까지 2박 3일간 심발로자 아저씨 댁에서 지내다 왔습니다.


▼ 아저씨의 일상은 저녁 일찍 주무시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전형적인 농사꾼 스타일 입니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농사장비 점검에 분주합니다

 

▲ 돈사 공사에 열정적으로 힘을 쏟는 심 발로자 아저씨


심 발로자 아저씨는 일어나서 차가운 아침 공기를 마실 때 심장이 아프다고 하십니다. 이 지역에는 아저씨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 중에서 특히 심장이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게오르기(2호집)아저씨 역시 지난 회의 시간 때 잠시 심장을 아파하는 모습을 옆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 곳의 사람들은 식사 후 차이라는 홍차를 빠지지 않고 마시는데 마실 때 마다 설탕을 듬뿍 듬뿍 한 스푼씩 담아서 먹습니다. 뿐만 아니라 육류와 알코올의 섭취도 과도합니다. 그에 따른 심장혈관질환이지 않을까 추정해봅니다. 아무튼 이번 6월 초 우수리스크 고려인 의사단 방문 때 꼭 심장관련 전문의가 왔으면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주로 아파하는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니 심장외에도 당뇨, 눈, 이빨, 허리, 관절등 각양각색입니다. 올해 비닐하우스를 하시는 김 슬라바(6호집)아저씨는 당뇨로 고생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 채식을 하는 저를 특별 배려해주셔서 감자, 미나리, 파등 각종 채소가 가득합니다.


아저씨는 다양한 경험을 한 백전노장입니다. 아저씨는 1949년 12월 25일에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태어나셨고 군대를 모스크바에서 근무하셨습니다. 그 후 우크라이나 체카스에서 30년간 15명의 사람들과 함께 70ha 밭을 관리하는 디렉터로 파, 수박농사를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계실 때 여름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겨울은 우크라이나에서 보내는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우즈베키스탄 땅은 기름, 가스, 목화, 과일등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연해주에 이주해 온 것은 2000년 3월 입니다.


 

▲ 돈사에 사용할 못을 사러 근처 마가진으로 왔습니다.

 

이주 사유로는 대부분의 이주 사유가 그렇듯 우즈베키스탄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고 새로이 우즈베키스탄 언어를 배워야만 하는 언어문제가 가장 컸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타적 민족문제 또한 무시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곳 끄레모바에도 배타적인 민족 정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곳 역시 정도는 덜하지만 있다고 합니다.

 

 

▲ 로베르토 아저씨는 발로자 아저씨 친구의 동생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돈사뿐만 아니라 로베르토 아저씨가 짓는 돈사에 각별히 신경을 써 주십니다.


연해주로 이주해 와서 처음 3년간은 한국인이 운영했던 따블리찬카 버섯농장에서 중간 디렉터 역할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저씨 집에 가면 몸에 좋은 차가 버섯 우린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그 회사는 망해서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 곳의 실정과 법을 모르고 덤빈 대표적인 한국 기업의 실패사례라면서 이 곳에서 잘 되려면 이 곳 사람들, 법과 같은 현지 실정을 잘 알아야한다고 충고해주십니다. 자신은 비록 학력은 짧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이 곳 저곳 다니면서 몸으로 터득했다고 합니다. 그 후 시장에서 중국사람들과 함께 2년 동안 일을 했다고 합니다.

 

 

▲ 돈사 벽에 사용할 자재를 살피는 심 발로자 아저씨


아저씨의 일에 대한 가치관은 고용인이라도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낸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술도 같이 마시고 밥도 같이 마시고 하는 등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면서 거듭 강조 하십니다. 또한 아저씨는 신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 고려사람들은 약속을 잘 안 지킨다고 불평이십니다. 그에 비해 러시아 사람이나 중국 사람들은 약속을 잘 지킨다고 합니다. 그동안 저는 러시아 사람들이 약속을 잘 안 지킨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괜한 편견에서 나온 생각인가 봅니다. 특히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중국 사람들과 같이 일해 본 경험으로 중국 사람들은 밤 12시가 되어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물건을 배달한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농사꾼들은 밤낮으로 일한다고 합니다.


▲ 돈사 수로를 파고 있는 심 발로자 아저씨


연해주에서 끄레모바에 정착하게 된 연유를 물으니 이 에드워드(2호집)아저씨를 통해 농업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 곳으로 왔다고 합니다.


러시아에는 땅은 많지만 러시아 사람들은 농사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끄레모바에 사는  러시아 사람 대부분이 근처 건축현장이나 농업지역 노동자로 일하러 다닌다고 합니다. 특히 우수리스크까지 일하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침 8시에 우수리스크까지 나가는 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는 항상 만원이라고 합니다. 농촌지역 이들의 임금은 하루 100~200루블로 한국 돈으로 4,000원에서~8,000원입니다. 제가 도착 했을 때 심 발로자 아저씨의 돈사 역시 러시아 노동자들이 짓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하루는 저도 그들과 함께 종일 일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밝습니다. 같이 일 하면서 러시아 말도 알려주고 농담도 하면서 재미있습니다. 아주 터프하게 일하면서 이게 러시아식이라면서 뽐내기도 합니다.

 

 ▲ 일요일 하루 돈사 지붕공사를 한 러시아인 카메라를 보고 이렇게 포즈를 취합니다. 

 ▲ 심 발로자 아저씨의 돈사 지붕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어 갑니다. 가장 먼저 완공될거 같습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과 다르게 농사짓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려인들이 그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알려줬다고 합니다. 이 곳 끄레모바에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러시아 사람들이 아니라 동평의 정착이주 프로그램으로 이주해온 고려인들입니다. 지난주에 박 이골 아저씨를 중심으로 김 샤샤, 차 스타니슬라브, 이노겐지, 김 세르게이까지 모두 8ha의 땅을 빌렸습니다. 지금 밭은 이미 갈아 놓았고 한참 심고 있는 중입니다.


 

▲ 끄레모바 8ha 경작지 입니다.


심 발로자 아저씨는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노련미 덕분인지 사람들과 아주 잘 지냅니다. 더구나 이야기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마을의 소식이란 소식은 다 알고 있는 듯합니다. 어젯밤에도 저에게 밤늦도록 이런저런 각종이야기를 해줬습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특히 이곳 러시아 사람들과 잘 지내서 무슨 일이든 훨씬 쉽게 일을 합니다. 아저씨 이웃에 사는 사람은 나무 자르는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돈사의 지붕으로 쓸 나무를 서로 협력해서 잘 만들고 있습니다.


 ▲ 심발로자 아저씨 옆집에 사는 나무 다듬는 러시아 기술자. 이렇게 서로 도우며 지냅니다.

 

아저씨는 30년간 농사를 지어서 이젠 농사일이라면 입에서 쇳물이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 농사는 안 지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그 동안 농사에 대한 기록한 것들을 다 버렸다고 합니다. 대신 돈사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작은 텃밭에 고추, 감자, 오이, 토마토등 각종의 채소들을 심었습니다.

 

심 발로자 아저씨는 6월 20일 돼지 입돈일을 맞추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때론 밤에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비가와서 공사를 못하면 어쩌나, 일을 하기로 한 러시아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등. 자신을 이렇게 믿고 도와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돼지 기르는 것은 목숨 걸고 꼭 성공 시키고 말겠다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 꼬마 숙녀 율라 입니다. 

 

발로자 아저씨 집에는 귀여운 손녀 율라와 블라직도 같이 살고 있습니다. 율라는 4살 된 여자 아이로 얌전한 아이입니다. 제가 몇 번 말을 걸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여운 꼬마 숙녀입니다. 손자 블라직은 이제 1개월 된 아기 입니다. 

대부분의 사회가 그렇듯이 의료와 교육문제가 가장 문제입니다. 의료비가 얼마정도 되는가 하는 질문에 진료 받는 것도 약값도 둘 다 아주 비싸다고 합니다. 그래서 큰 병에 걸리면 어쩔도리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개의 목숨이나 사람목숨이나 매한가지라 합니다. 사는 것은 똑같다면서...


 

▲ 아침 흘렙 14개를 샀습니다. 이 정도 양이면 일주일정도 먹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흘렙은 한개에 10루블 입니다. (한국 돈 400원정도) 

 

발로자 아저씨는 웃을 때 드러나는 금니가 인상적입니다. 금니가 다른 이보다 조금 길어서 금니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이 마치 꼭 개구쟁이 같습니다. 무엇보다 털털한 성격에 의리파 입니다.


 

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호미를 들고 일하는 시늉을 합니다. 올해 돼지가 정말 잘 되어서 지금 아저씨 특유의 재미있는 미소를 항상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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