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7.18> "빈민으로 떠도는 고려인 도와주세요"-중앙일보

by 관리자 posted Nov 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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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으로 떠도는 고려인 도와주세요"


[중앙일보 원낙연.김상선] "150만원이면 러시아 연해주에서 700~800평 규모의 농가주택 한 채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빈민으로 떠돌고 있는 고려인 가정 하나를 정착시킬 수 있죠."

연해주에서 고려인 정착지원사업을 2년째 펼치고 있는 동북아평화연대 김현동(44) 사무처장이 잠시 귀국했다. 12일 서울에서 열린 연해주 고려인 농업정착지원 캠페인본부 결성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캠페인본부에는 동북아평화연대 외에 사회연대은행.아름다운가게.자연농업연구소.세계청년봉사단(KOPION).노블하우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캠페인의 갈래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고려인 가정이 살 집을 지원해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들에게 영농자금을 지원해주는 것.

세번째가 흥미롭다. 고려인들이 만든 청국장을 사주자는 것이다. 현지에서 유기농법으로 키운 콩과 특산품인 차가버섯을 이용해 만든 '차가 청국장'은 농한기인 겨울을 넘기기 위한 상품이다.(주문은 www.wekorean.or.kr)

"사실 제가 연해주에 간 2004년만 해도 고려인들은 청국장을 먹지 않았죠. 하지만 우리가 먹는 청국장을 보고 어릴 적 기억이 난다며 만드는 법을 금세 익히시더군요."

고려인 지원사업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도 대단하단다. 여름방학이면 10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연해주의 고려인 마을을 찾아온다고 한다.

"이곳에는 고려인 외에 북한이나 연변에서 온 사람도 적지 않아요. 같은 민족이지만 오랜 기간 다른 사회 체제에서 살았기 때문에 생각의 차이가 크지요. 그 차이를 넘어 공존할 수 있는 한민족 공동체의 실험장인 셈입니다."

한국서 노동운동을 했던 김 처장이 조선족과 고려인 돕기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94년 우연히 떠난 35일 간의 중국 배낭여행이 계기가 됐다. 연변에 들른 그는 조선족의 가난한 삶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이듬해 가족과 함께 중국으로 이주해 그들을 돕는 일을 해왔다.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재이주하는 고려인들이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을 돕기 위해 2004년 연해주로 이주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이력이 난' 큰 딸(18)은 중국 저장(浙江)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고, 작은 딸(14)은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고려인문화학교에 재학 중이다.

글=원낙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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