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7>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 오마이뉴스

by 관리자 posted Nov 02,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마이뉴스 엄두영 기자] 
 
▲ '동북아 평화연대 소속 김단씨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06 엄두영
이스라엘 대사관은 청계천 시작점을 마주보는 아름다운 곳에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대사관 앞은 지난 몇 주 동안 여러 사람들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청계천의 분수도 한여름 정오의 뜨거운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1인 시위는 어김없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땀을 흘리며 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은 이들의 옆을 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그냥 발걸음을 옮겼다. 

"현재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현실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종두(23)씨의 말이다. 동북아 평화연대 대학생들로 구성된 3명의 1인 시위자들이 12시부터 1시간씩 돌아가며 1인시위를 한다고 말하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너무나 따가웠다. 덥다는 말을 연방 내뱉으며 그래도 지나가는 한 사람이라도 더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옆에 서있던 동북아평화연대 김단(26)씨는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레바논의 현실을 여러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이라며 이스라엘의 행동이 너무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마음 같아서는 프랑스나 중국과 같이 우리 정부도 이스라엘에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하지만 동북아에서 처한 우리의 현실을 본다면 우리 정부의 움직임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은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현실적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정부 입장과 상관 없이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므로, 뜻 있는 시민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이번 문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건널목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유인물에는 '아무런 경고도, 이유도 없이 탄환이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는 부인과 자식 둘을 잃은 현지 주민의 절규가 레바논 주민들의 사진과 함께 담겨있었다.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소속 이석민씨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2006 엄두영
"이스라엘은 이번 레바논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 대한 침략의 야욕을 계속 보이고 있었고, 현재 가자 지구에는 고립장벽까지 건설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회원인 이석민(35)씨는 이번 전쟁 이전부터 계속된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해 고발했다. 그는 몇 달 전까지 100회에 걸쳐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항의집회를 계속했지만 이스라엘 대사관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대사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침략을 끝낼 때까지 계속 1인 시위 등의 집회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다시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시위 현장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권희(33)씨는 이스라엘의 침공 때문에 레바논에서 무고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헤즈볼라의 테러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히며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테러 집단을 없애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우선 원인을 제공한 헤즈볼라가 문제이므로 테러의 종식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대학생 최현중(25)씨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국제 여론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견해를 밝히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독단성에 일침을 가했다. 대학생 임두희(25)씨도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제적 연계 속에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조속히 유엔의 결의안을 이스라엘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인 시위 현장을 지나가는 시민들 중 일부는 다시 뒤돌아보며 1인 시위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큰 관심 없이 1인 시위 현장을 지나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이번 사태를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관심이 없다거나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잠시 유인물을 들고 있다가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광경도 목격되었다. 이스라엘에 침공 당해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레바논 국민들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폭격이 아니라 우리들의 무관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게릴라들의 뉴스연대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rticles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