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9.4> 즐겁고 유쾌한 러시아 학교 입학식 이야기

by 관리자 posted Nov 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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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러시아 학교의 새 학년이 시작되는 입학식 날.    Я тоже.

설레임 속에 입학식을 맞이 했다.

덕분에 나도 거의 입지 않던 10년도 넘은 양복을 꺼내 입고, 구두까지 갖춰 신었다,

10년 전 꼭 맞던 양복이 아직도 괴산의 시골생활 이후 농사일로 어깨가 좀 넓어졌는지 어깨와 품이 조금 끼는 정도 외에는 허리등 모든 것이 꼭 맞는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우수리스크에는 ‘연해주 한민족 문화학교’ ? 공식 명칭은 제3학교 ? 가 있다.

동북아평화연대의 지원으로 한국의 다양한 도움을 받아 시설을 보수하고, 교육기재를 보완한 러시아의 정규학교이다.

러시아의 정규학교 수업과정에 ‘한국어’ ‘한국사’ ‘한국문화’가 필수 과목으로 추가되어 있다.

아직은 학생수에 비해 시설이 부족하여 3부제 수업을 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자 동평에서는 내년에 이 학교 한민족문화교육관이란 이름으로 2층까지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바뿐 와중에도 건축자금을 마련하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11학년제이고 9월에 학년이 시작된다.

막내 하연이는 4학년으로 입학했다.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입학식 내내 몸과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말이 안 통하니 몇시간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지낼 수 밖에 없는 노릇….

이 학교에 한국학생은 모두 4명.

이곳의 일을 총괄하는 김현동 사무처장의 둘째딸 산하(6학년), 사촌 새임(6학년), 또 한명, 거기에 하연이가 추가되어 4명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작은 편에 속했던 애라, 덩치가 큰 이 곳에서는 더 작아보이고 힘에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이곳의 아이들이 작았다.    하연이의 키가 중간 이상인 것이다.

아마 청소년기에 부쩍 자라는 것 같다.

 


연해주 사무국에서 교육과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레나 선생님?(마치 하연이 이모와 같은 분위기?)이 함께 가서 교장선생님도 만나고, 담임 선생님과도 인사를 했다.

연해주 사무국에는 70이 넘은 나이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열정적으로 일을 하시는 강니콜라이 사무장, 8년 전 한국에서 우수리스크로 연수를 왔다가 이 사업에 흔쾌히 동참하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바쁘게 뛰고 있는 김승력 사무국장, 법률지원 담당, 회계관리 담당, 운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려인들과 한국인들이 일하고 있다.

담임선생의 분위기는 우리가 가끔 외국영화에서 보던 선생님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곳도 역시 선생님들은 대부분 여선생이고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1년동안 공부할 교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밝았다.

4학년 Б 반은 학생수가 24명.

다양한 민족의 공동체라 할 수 있는 학생 구성이다.

원래부터 러시아국적을 가진 아이는 8명, 그 외에는 고려인.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등에서 온 아이들이라고 레나가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러시아어에 능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소비에트 붕괴 후 분리 독립하며, 공용어를 자기 민족의 언어로 바꾸면서 어린 세대에게는 러시아어의 비중이 낮아진 때문이리라....

하연이에게는 다양한 민족과 언어를 접할 수 있고 친구로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직은 러시아어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끼리도 서로 의사소통이 안되기는 하겠지만....

 


입학식 분위기와 진행은 밝고 경쾌했다.

딱딱하고 의례적인 행사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정말 신선한 느낌이었다.

여자아이들은 ? 신입생은 물론 이고 4학년 아이들도 머리에는 하얀 꽃모양의 레이스를 쓰고, 손에는 남.녀 없이 꽃들을 들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정장을 하고 있었고....

 


이곳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복장 기준이 있다.

너무 현란하거나, 자극적 원색 ? 붉은색, 진한 청색등 ? 보다는 파스텔 톤의 색상을 입어야 하고, 츄리닝이나 반바지 등도 안 된다고 한다.

색상이나 모든 것이 무난한 청바지를 가장 애용한다.

덕분에 한국의 애엄마는 부지런히 청바지를 챙겨 보내는 일을 맡게 되었다.

실내화 대신 학교 건물에 들어서면 구두로 갈아 신어야 하기도 하고....

도로 포장율이 낮은 관계로 밖에서 신은 신발을 안으로 신고 들어오면 흙범벅이 되기도 하지만, 먼지도 많이 나게 될 테니 위생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대신 실내화가 따로 없다.

고학년의 남녀선배가 사회를 보고, 그 중 여자 선배는 신입생에 대한 환영과 서로서로 도우며 사이좋게 지내라는 당부를 경쾌한 노래 ? 거의 가수 수준임 ? 로 대신하고, 고학년이 신입생을 무등 태워 3개월간의 학년말 방학을 끝내고 새학년 공부를 새로 시작하는 ? 내 나름의 추측과 해석임 ? 꽃을 단 종을 울리며 한 바퀴 돌고.....

 

  

선배들이 학용품을 신입생들에게 가서 선물하고....

신입생 꼬마들은 마냥 들뜨고 신나는 표정으로 받고....

행사가 끝나자 선배들이 신입생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했습니다.

9월 초하루의 좋은 계절에 좋은 날씨 속에서 정말 경쾌한 입학식에 함께 했었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학부모 역할을 대신해 준 이모 같은 레나 선생님과 하연이가 사진도 한장 찍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담임선생님도 만날 겸 일찍 레나, 하연, 나 셋이 학교에 일찍 갔습니다.

차는 학교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기에, 학교 담장 밖에 주차했습니다.

차량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작년 고려인 이주 140주년 기념 랠리에 사용했던 것으로 협찬한 곳의 이름등이 차량에 새겨져 있어, 눈에 잘 뜨입니다.

담임 선생님을 만나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경찰이 다가 오더니, 뭐라고 하며 같이 가자고 했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레나와 함께 무슨 문제가 있는가 이야기 하며 차 있는 곳으로 경찰과 갔다.

경찰이 하는 말.

'뒷 좌석의 창문이 열려있으니 닫으시요.   이 곳은 절도가 많으니 차 문은 꼭 닫고 다니시요'

- 물론 내가 알아들은 말은 아니고, 레나를 통해 전해 들은 말임 ?

이 말을 해주기 위해 학교 안에서 차 주인을 찾아서 데리고 가 직접 보여주며 충고를 한 것이었다.

흔히 러시아 경찰은 돈 만 밝힌다고 하는데, 오늘은 정말 새로운 모습을 보았고,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둘

입학식이 끝나고, 교실까지 따라가서 사진을 찍어주고 끄레모바 마을에 가야 할 일이 있어, 먼저 나오며 담임 선생님에게 인사를 할 때....

До свидания!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를 말해야 하는데....

입에서 나온 말은

Здравствуйте! (안녕하세요)

아차 !   이미 말은 나왔고 선생님의 귀 속에 들어갔다.

얼른 다시 한마디....

До свидания!

 

학교를 빠져나와 부지런히 끄레모바로 달렸다.

길 옆에는 드넓은 메밀밭이 하얀 꽃으로 뒤덮여, 푸른 들 가운데 하얗게 펼쳐져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 곳에서, 정말 유쾌했던 막내 놈의 입학식 이야기 끝!

나는 즐거움이 무척 컸는지, 글이 매우 길어졌습니다.

Простите.  Пожалуйст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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