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2>고려인 문화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by 관리자 posted Nov 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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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문화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독립운동발상지 연해주에 5년 걸려 완공
 
이부영 (사)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지난 10월 31일,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우스리스크에 고려인문화센터(러시아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가 개관되었습니다. 해외의 우리 동포들 가운데 연해주의 고려인과 중국 동북3성의 조선족을 지원하는 시민운동단체인 동북아평화연대(이사장 강영석)의 주최로 열린 개관식은 국내의 여러 인사들과 러시아의 고려인 대표들,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 주정부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문화행사를 곁들여 열렸습니다.
 
외교부, 재외동포재단 꾸준히 재정지원
외교통상부와 재외동포재단의 재정지원, 그리고 동북아평화연대의 후원자들의 모금참여와 현지 고려인동포 기업인의 기여 등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5년여만에 완공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고려인문화센터의 규모는 대지 3,000여평에 건평 1,200여평의 2층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당초 구 소련의 유치원 건물로 방치되었던 것을 우스리스크시로부터 매입한 것이었습니다. 공사 진행은 정말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 국내 시공사의 부도, 현지 시공사의 자금난에 따른 공사중단, 현지의 인플레로 인한 인건비 자재비의 폭등 등으로 완공에 5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외교통상부와 재외동포재단에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당초 어렵게 책정한 25억원의 예산으로 턱없이 모자라자 다시 10억원을 추가로 책정해 주었습니다. 저의 과문한 탓이지만, 외교부 사상 재외동포 문제로 이런 성과 열을 다한 전례는 찾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또한 노무현정부에서 시작된 이 사업이 이명박정부에 의해서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북아평화연대의 모금운동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님과 강원용 목사님을 비롯해서 송월주 큰스님,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님, 서영훈 전 적십자사 총재님, 이광규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님, 김지하 시인 등이 참여해주었습니다.
 
남북한-러시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지
구한말과 일제치하를 거치며 가장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곳, 연해주의 우스리스크 한복판에 우리 선열들을 기리는 한편, 새로운 한․러 우호의 가교를 놓고 전략적 요충 연해주에 고려인을 중심으로 남북한-러시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한 자그마한 기지를 마련했다는데 이 문화센터 건립의 의의가 있다 하겠습니다.
블라디보스톡이 러시아의 극동 항구라는 소임을 감당하는 곳이라면, 문화센터가 소재하는 우스리스크는 교통․물산의 중심지로서 앞으로 연해주의 중심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곳입니다.
이 부근에는 발해의 다섯 개 수도 가운데 한 곳인 동경성(東京城)이 있고, 헤이그밀사의 정사(正使)이자 초기 독립운동의 지도자이셨던 이상설(李相卨) 선생의 유허비와 그 유명한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비 등 독립운동의 사적지들이 많습니다. 또한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18만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강제 추방당했던 한 많은 출발지 라즈돌노에역도 있습니다.
 
이 문화센터에는 한인들의 연해주 이주와 독립운동에 관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주 역사관(국가보훈처 후원), 한국어와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교육문화센터(경기도, KT 후원), 치과 내과 외과 한방 등을 갖춘 외래병원(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후원), 한국문화체험관(한국문화재보호재단 지원), 다목적 공연장, 한국방문객용 간이숙소, 고려인단체 사무실, 차가버섯 청국장 등 유기농 식품과 기념품 상설 전시장과 식당 등을 갖췄습니다. 이 고려인 문화센터는 해외 한인거주 중심지에 세워진 문화센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갖출 것을 두루 갖춘 시설입니다.
 
지난 10월 10일에는 KT의 정보문화(IT)교실이 문을 열었는데,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12명의 수강생들이 “오친 하라쇼”(정말 좋아요), “인체레스나”(재미있어요)를 연발하면서 컴퓨터 삼매경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곳은 앞으로 고려인들 뿐 아니라 러시아인을 비롯한 다른 많은 소수 민족들의 소통과 친교의 장이 될 것입니다. 연해주의 주정부와 주의회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 센터의 앞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센터운영에 연간 1억 이상…, 적극 후원 있어야
이 곳 연해주에는 고려인 동포들의 재정착과 영농을 돕고있는 동북아평화연대의 여러 활동가들이 나와 있습니다. 김현동 동북아평화기금(동북아평화연대의 현지법인) 이사장은 부인과 두 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와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승력 사무국장은 40살이 넘도록 장가가는 것도 잊은 채 활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시민운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현장에서 있었기에 현지 고려인들과 러시아 연해주 주정부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문화센터 건립에도 음양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고려인문화센터는 지금껏 건물만 힘들여 지어놓았습니다. 그 운영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문화센터가 자리를 잡으려면 앞으로 3년 동안이 고비가 될 것입니다. 내부시설 갖추기와 운영경비(겨울철 난방비가 대표적임)가 시민운동단체인 동북아평화연대를 시험에 들게 하고 있습니다. 건립에 물심 양면의 도움을 준 우리 정부에게 또 손을 내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설 갖추기 말고도 운영경비만 1년에 1억여원이 넘게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필자는 문화센터건립추진 상임위원장을 맡았던 전력 탓으로 ‘자립운영 3년 목표’를 제 자리에 올려놓으라는 강권을 뿌리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중앙정부와 연해주 주정부는 한국인과 기업이 연해주에 투자해주기를 몹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우호적이라고 여겨질 조치들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중국 일본에 비해서 그렇습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이 연해주에, 특히 농업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디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럴 때 고려인문화센터가 제 구실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묵묵히 개척자로서 일하고 있는 동북아평화연대 활동가들에게 국내의 뜻있는 많은 분들이 그대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계시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부영 대표
1942년 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제14,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민주당 최고위원, 부총재, 한나라당 부총재, 원내총무, 열린우리당 중앙위의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고려인문화센터건립추진 상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로 연해주 고려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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