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3.28> 연해주에서 공부하기..

by 관리자 posted Nov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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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에도 이젠 서서히 봄이오고 있는 듯 합니다. 저는 거의 겨울 끝자락에 와서 진정한 봄의 의미는 아직 잘 느껴지지 않지만
겨울이 시작할때 연해주에 들어온 평록이형의 말로는 "봄이 왔다"는 말에서 마음의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사람일 수록 다가오는 봄이 야속하게 반갑더라고 하던데, 겨울동안 침잠되고 응축되었던 마음들이 어디로, 어떻게 발산될지 전 그저 궁금할 따름입니다.
 
 
이번 주 부터 자원봉사자들끼리 러시아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고참자원봉사자로 있었던 윤진양이 맡아서 해주고 있구요. 평소 말없이 술만 즐기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윤진이였는데, 막상 가르치기 시작하니 잘 가르치더군요. 어이없는 웃음과 생뚱맞음도 살면서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예시해주는 그런 친구인 것 같습니다. 일단 러시아어 시작은 하긴 했습니다.
 
 

윤진양의 러시아 실력은 그녀의 주량에 못지 않게 빼어납니다

 

물론 저야 한글 수업을 하고 있진 않아서 모르지만 한글 수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은 그간 답답했던 부분들을 많이들 물어보았습니다. 이것저것 산발적인 질문들이 쏟아지니, 그 답변들만 들어도 많은 공부가 되는 듯 했습니다. 저도 여기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 "이지 수다"(이리와라), 이지 투다(저리 가라)의 의미를 알게되어 내심 많이 기뻐했습니다. 이젠 그 말을 쓸 현장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기를 들이밀자 정우가 얼굴 찌푸리는 표정 연기를 연신합니다. 그만큼 러시아가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물론 현장에 있고, 러시아 원어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러시아어 공부가되기도 하지만 가장 필요한 말, 꼭 하고 싶은 말을 찾고 배우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윤진양이 진행하는 러시아어 수업은 비록 일주일에 한번 정도이지만 많은 도움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3월 24일 이 날은 조금 일정이 빡빡했습니다. 러시아어 수업, 마을 간사회의, 생협간담회 까지 3개의 일정을 5시간 안에 소화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마을회의가 끝나고 김환수 선생님 발제로 생협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 생협간담회는 조금 루즈해지지 않을까 우려를 했는데, 막상 간담회를 시작하니  요목조록 찰진 설명과 이야기 속에  묻어난 현장경험의 풍부함으로 참석자들에게 다시금 팽팽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었습니다.

 

 

 이익도 이익이자만 무엇보다도 사람을 위한 유통, 조직이어야 한다는 점, 그 점이 지금껏 생협운동을 하신 분들이 다시금 강조하는 원칙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그 말이 가장 크게 와닿더군요. 조직이 커지고 비대해지면 그만큼 관리와 유지에 신경이 많이 써지게 되고, 처음 시작했던 마음들이 오히려 뒷전에 밀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습니다. 살리되 서로 살리는 일,  그 얽힌 이해관계의 섬세한 매듭들을 푸는 일은 분명 칼로 자르듯 쉽게쉽게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선 나보다는 남을 살리겠다는 마음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하고,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또 그만큼 의연하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해주 이땅에서는 어떤 생협의 모습이 가능할까요. 말로 달려도 시원치 않을 넓은 땅, 아직 거대 자본에 의해 잠식되지 않은 생산과 유통 시장,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고려인들과 또 이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달려온 한국의 젊은이들... 고민이 치열하고 실천이 차분할수록 그만큼 새로운 미래상은 점점 가시화되어 현실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3월 24일 이날은 잛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배움이 있었던 하루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연해주 이땅에는 발굴해낼 공부꺼리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캐내는 대로 하나 둘씩 보고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연해주에서 유라 였습니다.

 

 

< 필자 유라는 동북아평화연대 강윤구 간사로 러시아 이름이 유라입니다. 현재 동북아평화연대 연해주 사무국으로 파견근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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