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5.3>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by 관리자 posted Nov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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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요

 

글. 서범석 (동북아평화연대 활동가 )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선생님을 맞기 위해 샤워실을 갖춘 숙소를 마련해 놓고 몇 달째 선생님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국 길림성 백산시에 있는 조선족중학교의 김광석(43) 교장

선생님은 말 그대로 요즘 애가 탄다. 

 

 

     중국 길림성 백산시 조선족중학교 김광석 교장

 

백산시 교육청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백산시 조선족중학교라는 학교 간판에 백산시 한국어학교라는 새 이름까지 같이 걸어놓았지만 정작 한국어를 가르쳐줄 자원봉사자 선생님은 아직도 오지 않은 탓이다.

백산시 전체 인구는 1백만명이 넘지만 시가지의 인구는 약 30만명 정도로 결코 작지 않은 곳이다. 그중 조선족은 3만명 내외. 중국이 백두산 관광객을 조선족 집거지인 연변자치주의 주도인 연길에서 백두산과 가까운 곳으로 직접 이동시키기 위해 새로 공항을 건설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백두산 정상까지는 차로 불과 1시간 반. 같은 거리에 옛 고구려의 수도였던 환인시와 집안시가 있다. 백두산과 집안시, 환인시를 잇는 삼각형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백산시 행정구역내에는 비교적 조선족들이 모여살고 있는 장백조선족자치현도 있다.

하지만 이곳 백산시의 조선족들은 중국인(한족)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니 거의 다 우리말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시 전체에 조선족학교는 백산시 조선족중학교가 유일하다. 중학교라고는 하지만 유치원부터 소학교, 중학교가 모두 한곳에 있어 모두 10년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학생은 2백여명, 교사는 45명이 재직중이다.

현재 6명의 조선어문 교사가 있어 학생들에게 조선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조선어문 선생님을 제외한 나머지 선생님들은 우리말로 거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말과 글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배우고 싶은 것은 사투리가 심하고, 한자에 의해 오염된 중국 조선족의 언어가 아닙니다. 서울의 표준말, 한국어를 배우고 싶습니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고, 심지어 시 교육청에서까지 이를 성원해주고 있는 형편입니다. 매일같이 취학할 아이를 둔 학부모들로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느냐고 문의가 옵니다. 조선족들뿐만 아니라 한족들까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면 조선족학교에 보내겠다고 성화입니다. 하지만 아직 한국어를 가르쳐줄 선생님이 없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쳐줄 선생님이 오면 백두산이며 고구려 유적지를 다 돌아다니며 관광도 시켜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신주단지 모시듯 하겠다는 김광석 교장.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아직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김교장은 우리 말과 글을 잊지 않기 위해 5년전부터 꾸준히 글공부를 계속해 지금은 우리말로 의사소통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교류의 부족으로 인해 우리말을 하는 것을 몹시 힘들어 했다.

“백산시 한국어학교라고 간판까지 내 건 마당에 반드시 한국어 선생님을 모시어 한국어 보급은 물론 한국의 높은 문화를 보급하는 중심 기지로 만들 것입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러며 김교장은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어디 있나요? 백두산 아래 만들어진 첫 도시 백산에 한국어를 가르쳐줄 선생님은?”

2007년 4월. 중국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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