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8.13> 애들아~울어도 복이 달아나지 않아~

by 관리자 posted Nov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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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중국 독서문화캠프 소감문]

 

홍  혜  진 (한우리 독지사)

 

 

“"예절 없슴다."” -둘째 날


우리의 첫 만남은 서로의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끝말잇기'놀이로 시작하였다. 

옆 친구에게 어려운 낱말이 걸리기라도 하면 서로 도와주기가 바쁘다. 그러다 문득 서영이가 '선생님'이라는 단어에 얼굴이 빨개지더니 고개를 숙인다. 

“"님... 님..." 

“"샌님, 님으로 시작하는 말은 어렵슴다. 선생님의 님자를 빼면 안 됨까?"” 

보다 못한 흠미가 거든다. 

“"안 된다. 그럼 선생님을 선생이라 부르나?"”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옆자리에 있던 월이가 목소리를 높인다. 

나는 그저 놀이를 즐겁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들 한 목소리로 "안 됨다. 그러면 예절 없슴다."한다. 

순간 대수롭지 않게 그러자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미 이렇게 고운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더 가르쳐 줄게 있을까...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셋째 날 


주어진 시간에 쫓겨 그만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힘들게 했나보다. 

손이 아파 못 쓰겠다는 녀석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애들아~ 놀자~~"” 

책상을 밀고 우리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보았다. 

나와 너, 우리가 모두 할 수 있는 놀이를... 

걱정과는 달리 우리들의 놀이를 찾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서로들 잡으려고... 혹은 잡히지 않으려고... 

순식간에 우리들의 교실은 온통 웃음과 땀으로 가득 채워졌다. 




“"울면 복이 달아 남다."” -넷째 날


전체 학년이 모여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보기로 했다. 

책으로든 영화로든 내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던 바로 그 영화다. 뜨아~ 

“"오늘도 눈물이 나면 어쩌지... 그것두 아이들 앞에서..."” 

혼자서 끙끙거리다가 결국 아이들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애들아, 선생님이 오늘 영화보고 울지도 몰라. 있잖아... 저기... 그게 말이지... 너희들이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원철이가 번쩍 손을 든다. 

“"샌님, 울면 복이 달아 남다. 우리 할머니가 그랬슴다."”






“"내 최우수 되서 한국가고 싶슴다."” -다섯째 날


하얼빈에서 온 한빈이는 백두산 관광을 함께 했다. 

무려 11시간을 기차타고 돌아갈 녀석이 잠 한숨 안자고 성덕이와 카드놀이에 한창이다. 서로 반이 갈려 쉬는 시간이면 그렇게도 찾아 나서기 바쁘더니만 이렇게라도 함께하니 얼마나 좋았을까... 

저를 데려온 선생님이 앞에 계신데도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어쩌다가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의자 속으로 쑤~욱 들어가 버린다. 

그렇게 쑥스러워 하던 녀석이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귓속말을 해온다. 

“"내 최우수 되서 한국가고 싶슴다. 한국가서 샌님 만나고 싶슴다."” 

울면 복이 달아난댔는데 또 눈물이 난다. 

한빈이네 학교에는 한 학기마다 전 학년에서 최우수 학생 한명을 뽑아 한국에 보내준단다. 나이는 같지만 한빈이는 2학년을 두 번 다녀 9월이면 4학년에, 그리고 성덕이는 5학년에 올라간다. 

“"내는 두 번 밖에 안 남았고 니는 네 번이나 남았으니 양보해라."” 

성덕이가 한빈이를 꼬셔(?)본다. 

"........"

그러나 아무 말 않던 한빈이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힘주어 고개를 젓는다. 



"못 다한 말..."


우리 아이들과의 만남이 

내게 첫 번째 봄이 온 것 같은 착각이 자꾸 들게 합니다. 


너무 간단했는데... 사랑했으면 되는데... 

저는 그걸 어떻게 하는지 헤어진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아는 것과 깨닫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고 하더니만...

지금 제가 꼭 그 짝입니다.


짧은 시간에 감히 나를 바꿔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한 가지는 압니다..

한 민족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이지 않아도

우리 아이들의 뜨거운 심장에도 '조국'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애들아~ 울면 복이 달아나지 않아..."



우리반 아이들이예요..

왼쪽부터 염,재현,서영,함설,원철,흠미,민주,월..

한빈이가 안 보이네요..

아마도 옆 반 성덕이한테 간거같죠~^^




- 동평(동북아평화연대) 웹 사이트에 실려 있는 글을 옮겨봅니다. -

"일본이 중국에서 한국에 대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중국의 200만 조선족이다.“ 

200만 동포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한국의 중국진출은 실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모국에서조차 ”불법체류자“라는 족쇄를 벗지 못하고 한쪽에서는 ”불쌍한 우리민족”이라고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한쪽에서는 ”중국인“이라고 외면 받는 현실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중국인“이면서 ”한민족“인 중국동포이기에 배타의 대상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을 모두를 이롭게 할 소중한 존재로서의 자각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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