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7.8> [한겨레신문] 연해주 학교 40년 한글수업 활기

by 관리자 posted Nov 0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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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학교 40년 한글수업 활기
‘아르촘 6번학교’ 다민족수업 눈길
KTF, 한민족문화교실 마련 지원
박 교장 “고려인·한국 위상 높여”
한겨레 석진환 기자 신소영 기자
≫ 러시아 연해주 아르촘시 6번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7일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러시아,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민족의 학생들이 ‘한민족 문화교실’을 통해 한글을 배운다. 아르촘/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달 27일 러시아 연해주 아르촘시 초중고 과정이 통합된 6번 학교 강당. 학생과 학부모, 인근 고려인 등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학교 6~7학년 학생들이 곱다란 한복을 차려입고 익숙한 듯 국악에 맞춰 부채춤을 선보였다. 한복을 입은 푸른 눈의 슬라브족 학생들 사이로, 검은 머리를 빗어 넘긴 고려인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어진 한글 시범수업 시간, 고려인 3세인 아이들은 다른 슬라브족 아이들과 함께 ‘사과, 배, 가지, 배추’ 등을 서툰 발음으로 하나씩 읽어나갔다.

이 학교 학생 280명 가운데 고려인 학생은 30명 정도다. 아르촘시는 일제 강점기 때 연해주로 건너온 한인들이 정착한 지역인 만큼 이 학교에는 1967년 설립된 이후 줄곧 고려인 학생들이 거쳐갔다. 지금은 부모나 아이들 모두 현지화 됐고 생업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겹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 학교에선 꾸준히 한국어와 한국무용 수업을 주 2~3회씩 선택 과목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교과 과정은 고려인인 이 학교 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교장 박 스텔라 에두아르도브나씨는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국무용이나 한글 수업은 단순히 할머니, 할아버지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는 과외 수업의 의미를 넘어, 현지에서 고려인으로 살아가는 정체성에 관한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고려인 학생들의 표정에는 남다른 자부심이 묻어났다. 이날 행사가 학교에 ‘한민족문화교실’이라는 새 공간이 들어선 것을 기념해 열렸는데, 이는 한국 기업 케이티에프(KTF)가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재정지원을 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석한 박 월렌친 아르촘 고려인회장은 “한국에서 연해주에 있는 학교를 지원을 하는 것은, 단순히 현지 고려인을 지원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현지 고려인의 위상을 높일 뿐 아니라, 다른 이민족들에게 고려인과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심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리나 일유키나 아르촘시 교육담당 부시장도 “아르촘은 연해주에서 공항을 끼고 있어 가장 교통이 좋은 도시”라고 소개하며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아르촘 교육 당국도 한국어를 정식 선택 과목으로 채택했으며, 앞으로도 한국과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르촘/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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