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오토랠리 자원봉사 소감문 - 최인희

by 관리자 posted Sep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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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러시아어학과 자원봉사자최인희



8 14일 목요일, 남영역에 위치한 동북아평화연대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 첫 사전모임을 가졌다. 아직 어색한 우리는 짧게 자기 소개를 하고음료수를 마시며 고려인 이주 역사와 관련된 영상을 두어 개 보았다. 숨가쁜 4 5일의 일정을 전해 들으며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은 것을 알았고, 단체 티셔츠를 받아 입으면서야 우리가 한 팀이 되었구나, 는 생각이들었다. 그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고려인들은 떠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첫날의 일정은 파주에서 시작되었다. 북에서 남으로, 육지를통해 자동차 랠리팀이 들어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분단국의 현실상 입경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했고, 그 과정에서 처음 랠리팀과 마주했다. 모스크바에서 이 곳까지 뿌리를찾아 자동차로 한 달 가까이 달려온 멋있는 사람들. 환영 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내려와 국회에서 만찬을가졌다. 다소 분주했던, 정신 없는 첫 날의 일정이 끝났다.

월요일, 부산으로의 랠리에 앞서 자동차 정비소를 찾았다. 한 달 이상을 달려온 차들인지라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운전기사 분들은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나는 옆에서 부족한 러시아어 실력으로 통역을 하며 정비를 도왔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나만한 딸, 아들이 있는 분들이 어떤 생각과 용기를 가지고 이 일정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세르게이 아저씨께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게 정답인 듯 싶다.



부산으로 떠나는 넷째 날, 남산의안중근 기념관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조금씩 비가 내렸지만 행사는 무사히 진행되었고 끝으로 깃발을 나누어주었다. 다섯 대의 SUV 차량과 한 대의 대형버스가 부산을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천안 독립기념관에 들려 고려인 역사 특별관을 관람하는 등의 뜻 깊은 시간을 가지고저녁 8,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다. 약 한 달 간의 유라시아 자동차 대장정이 무사히 끝을 맺었다. 이제서야서로를 알아가나 싶었는데 떠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아 성사된 이 행사는 러시아와 남과 북을 아우르는 대장정이었다.이 랠리가 한 번으로 끝날지, 앞으로도 계속 될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돌아오는버스 안에서 한 분의 고려인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말을 잊어서 통역을 쓰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렇지만 150년은 정말 긴 세월이었다고. 이 긴 세월 동안 머나먼 타지에서 조국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신 그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언젠가 우리가 한반도에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찾아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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