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오토랠리 자원봉사 소감문 - 최다빈

by 관리자 posted Sep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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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카톨릭대학교 러시아어학과 최 다빈


솔직히 나는 원래 자원봉사에 큰 관심도 없었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도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고려인들이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에 온 다는 것, 그리고 그 수단이 단지 ‘자동차’라는 것은 참 신기하고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우리의 동포 ‘고려인’이라는 사실에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행사 소식을 전했었다. 먼저 그들이 궁금해 한 것은 행사의 내용이 아닌 고려인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우리에게 고려인이라는 단어와 그 존재는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이 행사가 고려인에 대한 존재인식과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첫째 날, 나는 아직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처음 그들을 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고려인들의 입국을 환영하며 부채를 나눠주며 본 그들의 표정과 나에게 인사해 주는 그 모습은 나에게도 참 감동적이고 뭉클한 순간이었다. 또, 차로 북한을 거쳐 남한에 입국한 그들에게서 난 간접적으로나마 미래의 통일, 그리고 화합을 상상할 수 있었다. 
고려인들의 입국 후, 여러 가지 행사를 함께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그들과 많은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그들은 모습도 생각도 우리와 많이 닮은 한민족이었다. 그들도 내게 한국이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뿌리이자 고향이라는 말을 건네 왔다. 그 말을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들어야 한다는 사실만이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다른 언어 탓에 대화 순간순간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이 봉사기간 아쉬운 것이 있다면 ‘좀 더 내가 러시아어를 잘 했다면’ 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생각을 더 많이 알고 싶고, 그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바람과 욕심이 늘 나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던 서로의 마음일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문화적인 교류 뿐 만이 아니라 마음과 소통에서도 충분한 교류를 하였다. 행사 중간 중간 계획과는 다른 일들로 문제와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것이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오기 전,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참 아쉽게 느껴졌다.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포옹을 하면서 약속할 수 없는 만남을 기약했다. 내가 미리 써 놓은 짧은 편지를 건네자 ‘잊지 않을게요.’ 라고 말해주는 한 고려인의 모습이 헤어지는 순간을 더 아쉽게 만들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고려인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번 봉사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고려인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들이 비자문제와 일자리 문제 등의 많은 법적 문제로 한국에 거주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순히 먼 과거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 속의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지금도 역시 그들은 우리의 현실이자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이 한국을 찾아오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 살고자 하는 등의 애정과 노력을 건네 올 때 나도 늘 관심과 작은 도움으로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이런 의미 있는 행사에 자원봉사자로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뻤고, 나에게도 하루하루 참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만났던 고려인들, 또 우리를 향해 보여 준 그들의 미소와 마음은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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