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회교육방송 "한민족노래자랑"

‘유랑의 삶’ 달래준 공연…“또 오세요”  

북방 동포를 대상으로 한 한국방송 라디오 사회교육방송(AM 972㎑, 1134㎑)에는 사할린 등지에 사는 동포들이 보내온 갖가지 사연의 편지가 한달이면 500여통이 쌓인다.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강제징용돼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 동포의 한을 달래주기 위해 사회교육방송이 사할린과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노래자랑 행사를 열었다(6월15, 18일).
13일에 이어 20일 〈사할린, 우수리스크 한민족 노래자랑〉(밤 9시30분)으로 전파를 타는 이번 행사는 동포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이국 땅에 우리 문화를 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20일 방송되는 ‘연해주 한민족 노래자랑’은 연해주 지역에서 이뤄진 최초의 한국 노래자랑이며 동시에 고국에서 그곳 동포를 찾아간 최초의 공연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창곤 피디는 “2004년은 한인들이 연해주로 이주한 지 140년이 되는 해로, ‘유랑의 삶’을 살았던 동포에게 이번 노래자랑은 가슴벅찬 행사였다”고 전했다. 노래자랑 녹화가 있었던 날. 고려인들은 3~4시간 떨어진 곳에서 마을 단위로 차를 대절해 공연을 구경왔고, 우리말을 잘 모르는 동포 3, 4세를 위해 통역이 노래 사이사이 설명을 하기도 했다. 김 피디는 “공연이 끝난 뒤 고려인이 러시아인 앞에서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며 고마워할 때는 눈시울이 찡했다”고 말했다.

15일 ‘사할린 노래자랑’의 성원은 대단했다. 서현이 작가는 “유주노 사할린스크 옥저버리극장 앞에는 아침부터 노래자랑을 구경하려는 동포가 줄을 섰고, 극장 밖에서는 경찰이 출동돼 인파를 통제하기도 했다”며, “동포 관중들은 간간이 눈물을 흘렸고 돌아갈 때는 감사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예선을 통과한 18개 팀 가운데 러시아인이 3명이나 있을 정도로 러시아사람들의 관심도 컸다고 한다.

김 피디는 “이번 행사가 끝난 뒤 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과 모스크바에서 1천㎞나 떨어진 러시아 제4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한국교육원에서도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왔다”며, “우리말을 살리고 겨레를 결집시키려는 사할린 우리말방송국 등 동포들의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행사가 계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7월16일자) 권정숙 기자 goo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