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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러다 연합뉴스에서 사연을 알게 되었고 '고려인 아기의 항암치료를 도와주세요!'란 제목으로 기사화 되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기사만 보고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치료비를 후원하겠는가?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여기저기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믿기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울리기 시작하는 '너머'의 수화기 그리고 그 너머에서, 고 3수험생부터 염색공 노동자, 주부, 같은 병을 앓는 아이의 아빠라는 분 등 수많은 분들이 어떡하면 발레이아를 도울 수 있는지 알려 달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들이 전해져 왔습니다.
 
만원, 이만원, 10만원까지 순식간에 300여 만원이 모금 되었습니다. 당장 급한 4차 항암치료는 가능하겠구나 일단 시간을 벌었다 기뻤습니다. 아, 아직 세상은 살만하구나, 조용히 숨어 있는 천사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에 더 기뻤습니다.

 
 
3. 직접 찾아 온 두 천사... ...
 
그렇게 하루가 지났습니다. 토요일 오후 저녁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발레리아를 보고 싶다며 일산에 사는 젊은 주부 두 분이 '너머'에 찾아왔습니다. 급히 발레리아와 어머니를 불러 인사를 나누도록 도와드렸습니다.
 
발레리아가 네 살이냐? 나도 네살 아기가 있어 오는 길에 사왔다며 발레리아에게 예쁜 원피스를 입혀주었습니다. 옷을 입고 활짝 웃는 발레리아를 모두 흐뭇하게 한편으론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윽고 한 분께서 치료비에 보태라고 쑥스러워하며 흰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이걸로 치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너무 덤덤하게 천만 원이다 이야기를 하는데, 발레리아 어머니에게 통역을 하면서도 순간 잘못들었나 다시 확인을 했습니다.
 
그 분들이 떠나간 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발레리아 어머니와 포옹을 하고 서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이제 살았다. 십시일반 모은 돈들도 300여만원 가까이 되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항암치료를 끝까지 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무더위에 답답한 8월 침침한 지하 ‘너머’ 교실에서 발레리아 어머니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날 저녁 밤길을 걷다가 문득 떨어져 내린 첫 눈송이 하나를 이마에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숨어있던 두 천사가 방금 '너머' 야학을 찾아왔다 사라진 거야, 말은 안했지만 아마도 서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치료비가 답지해 총 22,012,000이 모금되었습니다. 발레리아 항암치료비와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을 생활고에도 도움이 될 만한 충분한 금액입니다. 세상에 조용히 숨어 있는 수많은 천사들이 생면부지의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는 놀라운 기적을 지켜볼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제 아기가 치료 잘 끝내고 예쁘게 자라기만 하면 됩니다.
 
고맙다 감사하단 말이 왠지 진부하게 느껴집니다...그래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해맑게 웃는 발레리아...어쩌면 이 번 일은  그 아이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커다란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