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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년 11월 27일]
[왜냐면] 윤도현밴드와 단바망간기념관 / 황의중


진폐증으로 고통당하던
한 조선인의 집념이 일군 박물관
작년 폐관된 이곳을 살리자는
움직임에 윤도현밴드도 나섰다  

 
일본에 한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그것이 작년 폐관되었고, 폐관된 그 기념관을 다시 살리자는 운동이 일본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도현밴드도 나섰다. 27일 일본 교토에서 100% 자선공연을 한다. 이미 일본에서 기자회견도 했고, 2000석의 대규모 홀은 대부분 예약으로 채워진 상태. 윤도현씨는 기자회견에서 “비록 어두운 주제이나, 우리 밴드의 무대는 늘 즐거운 축제였다. 재일동포와 일본인이 하나가 되는 잔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단바망간기념관이다. 단바는 일본의 지명이고, 망간은 철을 강하게 만드는 합금광석으로 총, 대포, 군함 등을 만들 때 필수적인 광물이다. 일본의 전쟁 시 수요가 급증했고, 많은 조선인들이 이곳에 끌려와 중노동에 시달렸다.

이 기념관을 세운 고 이정호씨도 평생 단바의 광산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앉은뱅이 자세로 상상조차 힘든 200㎏의 광석을 짊어진 채 좁고 어두운 갱도에서 일했다. 남은 결과는 진폐증. 바늘 형태의 미세 가루가 쌓여 폐를 찌르는 병. 결국은 죽는 병. 하나둘씩 죽어가면 결국 이곳엔 그저 바람만 불게 될 텐데.

어느 날 그는 ‘이건 안 돼!’라고 외쳤다. 남겨야 된다. 여기에 박물관을 만들자. 비참한 삶을 살다 간 저 힘없는 동료들(조선인)의 혼을 달래고 그 역사를 후세에 남기자.


그는 병상에서 몸을 일으켜 사재를 털었다. 배운 것 없고 힘없는 한 조선인의 집념이었다. ‘망각’에 대한 저항. 망각을 요구하는 거대 일본을 향해 외롭지만 힘차게 깃발을 들었다. 강제징용이란 폭력, 그 아픔과 부끄러움의 역사를 외면하려는 사람들이 사는 일본, 그 시골 땅 한구석에 작지만 대못 하나를 박은 것이다. 소박한 현장박물관으로. 일본 내 강제연행을 증언하는 유일한 박물관으로. 단바망간기념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89년 5월.

그로부터 20년. “아버지는 장례식은 치르지 말라고 하셨어요. 박물관에 돈 들어갈 곳이 많으니”

이정호씨는 타계하고, 그의 아들 이용식씨가 ‘기념관이 바로 내 무덤이자, 억울하게 죽어간 조선인의 무덤’이라는 선친의 뜻을 새기며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온몸을 바쳐 유지해 왔다. 그러나 결국 개관 20년째인 작년 5월, 연 500만엔의 만성적인 운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고뇌에 찬 폐관을 결정한다. 그는 말했다. “그래도 아버지 앞에 부끄럽진 않아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폐관 소식은 역으로 단바기념관이 세상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정부가 나서서 만들 것도 아니고, 한국 정부나 단체가 아무리 돈이 있어도 일본 땅에 세울 수 없는, 어쩌면 직접 고생한 이정호라는 개인이기에 가능한, 즉 누구도 다시는 만들 수 없는 기념관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일본인들에게 강제징용의 역사를 일본 땅에서 생생하게 증언하는 현장 역사박물관으로서의 가치를. 이런 곳이 그동안 한 개인에게 맡겨져 있었다니. 놀라움과 동시에 부끄러움이었다.

재일동포와 일본시민들이 올해 6월, 재건위원회를 구성하고 함께 움직이고 있다. 우리 사회도 지난 11월24일, 흥사단에서 161명의 발기인으로 한국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 사회가 이런 기념관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고, 한국 정부가 폐관되기까지 아무런 지원도 없이 방치했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제 알고서도 이 기념관 하나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일본을 향해 강제징용의 역사를 인정하라, 역사를 청산하라는 말을 할 체면을 다 잃게 될 것이다. 월 500만엔을 지원하지 못한 채 어찌 대한민국을 노래할 수 있겠는가? <황의중 서울 성동글로벌경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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