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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 직후 동평의 인솔로 연해주탐방팀으로 이인제의원이 연해주를 다녀온 후

홈피에 방문기를 남기고 후원회원가입을 해오셨다. 홈피의 글을 여기에 옮긴다.  

 

이인제 의원의 연해주 탐방기 "뿌리를 찾아서"

 

 

모스크바까지 광활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9,288km의 철길,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시발역은 블라디보스톡이다. 블라디보스톡에서 한시간 남짓 가다보면 라즈돌로예역(驛)에 이른다.  눈으로 덮인 이 작은 시골역 앞에 서서 나는 70여 년 전 혁명과 전쟁의 광풍에 떨던 우리 동포들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우리 민족의 연해주 이주가 시작된다.  20세기 초반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울 때, 연해주 동포사회는 해외 항일투쟁의 중요한 거점이 된다.  그러나 소련과 일본의 전쟁이 임박하면서 광풍이 몰아닥친다. 바로 스탈린의 볼셰비키 정권이 30만명에 이르는 우리 동포를 강제 이주시켜 버리고 만 것이다.

 

 스탈린은 동요를 막기 위해 사전에 동포사회 지도자 3,000여명을 처형한다.  그리고 1937.  9. 21 마침내 영문도 모르고 끌려나온 우리 동포들을 이 시골역에 집결시킨다.  짐짝처럼 화물칸에 던져진 우리 동포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40여 일간의 살인적인 여정 끝에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뿌려졌다.

 

 삶은 끈질기고 위대하다.  뿌리가 뽑혀 황무지에 던져졌지만 토굴을 파고 새로운 삶을 개척한 우리 동포들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성공한 소수민족사회를 형성하였다.   처음 소비에트 정권은 ‘죽어도 좋고, 살아서 황무지를 개척하면 더 좋다’는 속셈으로 강제이주정책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우리 동포들은 수많은 희생을 넘어 황무지를 옥토로 개척하며 삶을 꽃피웠다.  들풀처럼 끈질긴 생명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시련은 이어진다.  1991년 소연방이 해체되고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이 독립하면서 이들 나라에 민족주의 광풍이 불고 있다.  또다시 우리 동포들의 삶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그들은 조상들이 살던 연해주를 향해 하나 둘 힘든 발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까지 약 4만 여 명의 동포들이 연해주로 돌아왔다.  중앙아시아에 민족주의 바람이 자지러들지 않는 한 그 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다.  나는 연해주의 두 번째 도시 우스리스크시에서 열린 고려인 동포들의 설 잔치에 참석하여 연설할 기회를 가졌다.  시련은 그들을 한 없이 강건하게 만들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노래와 춤 속에서 완강하게 빛나는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原形)을 발견할 수 있어 행복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땅은 우리 민족의 무대였다.  고조선, 고구려, 발해는 바로 우리 민족이 연해주를 비롯한 동북아 대륙을 아우르며 경영했던 다민족국가의 이름이다.  역사는 순환한다.  우리 민족이 이 땅에 다시 삶의 뿌리를 박았던 것도, 대륙을 오고 가는 시련을 통해 한 없이 강건해진 것도,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도 모두 미래를 대비한 역사의 섭리일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돌아온 동포들의 삶은 고단하다.  ‘동북아평화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봉사하는 현장을 둘러보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돌아온 한 여인은 전 재산을 모두 버린 채 빈손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거친 삶을 보살피는 ‘동북아평화연대’ 일꾼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큰 힘이 되지는 않겠지만 나도 작은 회원이 되기로 결심하였다.

 

 블라디보스톡 전망대에 서니 머지않은 곳에 두만강이 보이는 듯하다. 내년 개최되는  APEC 정상회담 준비로 온 도시에 대형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러시아 극동함대가 자리 잡은 작은 만(灣)을 제외하고는 모두 얼음 바다이다.  뱃길을 열기 위해 얼음을 깨는 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이 블라디보스톡이 언제쯤이면 더 이상 낯선 항구가 아니라 이곳에 삶의 뿌리를 내린 동포들과 함께 희망을 키우는 친근한 항구가 될 수 있을까.

 바로 통일이다.  연해주의 한 동포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한국은 섬나라입니까?”  아니라고 하자, 육지로 갈 수 없는데 왜 섬나라가 아니냐고 되물었다는 것이다.

 

 분단이 해를 거듭하며 연해주를 한 없이 먼 땅으로 만들었다.  통일이 되면 이 곳은 국경을 초월하여 우리의 경제와 문화가 넘치는 평화와 번영의 땅이 된다.  유랑을 거듭하던 이 땅의 동포들도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대륙의 주인으로 당당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2011.     2.    10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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