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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오마이스쿨 청소년 기자학교에서 오연호 대표로부터 글쓰기에 대한 수업을 받고 있다. ⓒ이슬기

 7월 28일부터 30일까지 강화도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에서 '제1기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오연호의 10대 기자 만들기'가 열렸다. 이번 청소년 기자학교에는 한국에 살고 있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연변, 연해주 등지에서 살고 있는 '동북아 청소년'들이 참석해 이색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2박3일간의 즐거운 일정 중 몇 장면을 짧게 잡아봤다. 

 

# 장면1. '우리는 연길-강릉 콤비!'

 

▲ 연길에서 온 류문엽군과 강릉에서 온 장윤혁군. 장윤혁군의 질문에 딴청을 피우는 류문엽군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슬기

인터뷰 실습시간에 짝이 된 윤혁이와 문엽이는 서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오마이스쿨 식당 앞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류문엽(18) 학생은 중국 연변자치주 연길시에서, 장윤혁(17) 학생은 강원도 강릉시에서 왔다. 취재수첩을 들고 질문거리를 찾기 위해 골몰하던 윤혁이는 이내 봇물 터지듯 연변에서 온 문엽이형에게 질문들을 쏟아낸다.

 "형은 북한 마음대로 갈 수 있어요?"

"당연히 갈 수 있지. 비자만 받으면."

"우와 신기하다. 나도 북한 가보고 싶은데."

 뭐 하나라도 더 물어보기 위해 눈빛을 반짝거리며 열심히 수첩에 뭔가를 적는 윤혁이와 다르게 문엽이는 태어나 처음해 보는 인터뷰라는 게 못내 쑥스러운 모양이다. 뭐 그리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퉁명스러운 태도로 대답한 뒤 길게 하품을 하는 모양새가 영 마땅찮은 모습이다.

 "그럼 라면은요? 한국 라면 거기 다 있어요?"

"한국 라면도 있고, 중국 라면도 있고... 근데 난 라면 안 좋아한다."

 역시 짤막하고 퉁명스러운 답변. 하지만 윤혁이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약간 통통한 체구의 문엽이와 앞머리를 짧게 자른 '얄쌍한' 체구의 윤혁이는 '버디 무비'에 나오는, 어색하지만 의외로 잘 어울리는 콤비처럼 보인다. 옆에 있던 다른 한 친구는 그 둘이 <무한도전>의 하하와 정형돈 같다고 말했다. 

 # 장면2. <일지매> 매일 봐도 한국어는 어려워

▲ 서로 인터뷰 중인 최무림군과 김민주양. 서로에 대해서 수첩에 빼곡히 적느라 정신이 없다. ⓒ 이슬기

요즘 드라마 <일지매>에 푹 빠져 지낸다는 연변에서 온 최무림(18)군. 무림이의 상대는 전주에서 살다가 지금은 연해주에서 러시아어 연수중인 김민주(18)양이다.

 

민주와 무림이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각자 연해주와 연변이라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셈이다. 민주는 무림이가 있는 연변에 가본 탓에 연변보다는 무림이의 정체성(?)에 관심이 더 많아 보였다.

 

"조선족 가정은 집에서 특별히 이주 역사나 조선족의 역사같은 교육을 받아?"

"나는 부모님께서 족보를 보여주시며 짚어주셨지만 주로 많은 다른 가정들은 이제 별로 그런 일은 하지 않는 것 같아. 그냥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어린 아이들 중에는 따돌림 같은 걸 당할까봐 조선족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일도 있구."

 

"조선족으로 살아가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 같은데. 조선족들 사이에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해?"

"그건 민족심이냐, 애국심이냐 하는 문제인 것 같아(웃음). 중국과 한국이 축구를 한다고 하면, 주로 노년층은 한국 편을 드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하는 장년층들은 중국 편을 들지. 우리 같은 학생들은 뭐 그냥 별 느낌 없어. 어디가 이기건 내 나라니까(웃음)."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조선족들의 의식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으로 들려서 안타깝기도 하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더 서글프기도 하네. 일본인이나 미국인들보다 조선족들이 더 한국에 들어오기도 까다롭고 하니까."

"아무래도 그런 국가적인 점이 한국에 대한 애정을 많이 소원하게 만드는 것 같아."

 

무림이는 또래의 아이들과 비슷하게 한국어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중에 "한국어로 말하려니까 진땀 난다"고 말했다. 무림이가 매일 한국TV를 보고 또 쉽게 대화를 하는 까닭에 '조선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기자에게는 조금 놀라운 이야기였다.

 

겉으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중국어, 조선어, 한국어라는 3가지 언어를 구별해 사용해야 하는 '진땀나는 상황'. 그게 이 아이들이 처한 진짜 속내인지도 모른다.

 

# 장면3. '북방의 나라' 러시아에서 왔어요

 

▲ 러시아 연해주에서 온 강스타니슬라프군 ⓒ이슬기

그런데 진짜 '진땀나는' 친구는 따로 있었다. 바로 연해주에서 온 강스타니슬라브(18)군.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자학교 내내 고생을 많이 했다. 180Cm가 넘는 키에 훤칠한 외모의 스타스(애칭)는 아버지가 고려인, 어머니가 따따르인(러시아)이다. 잘생기고 이국적인 얼굴이 요즘 뜨는 다니엘 헤니 같은 혼혈 스타 못지않아 보였다.

 스타스의 인터뷰는 역시 연해주에서 어학연수 중인 김새한(18)양이 맡았다. 스타스가 살고 있는 연해주의 '우정마을'은 동북아평화연대와 대한주택공사에서 건설해 준 곳이다. 그전에는 우즈베키스탄 근처의 고려인 거주지에서 살았다. "그럼 거기서 몇 살 때 왔어?"라는 질문에 스타스는 한참 생각을 하다가 수줍게 손가락 6개를 들어 보여주었다.

 장래희망이 건축디자인이라는 스타스의 말에 새한이는 미래의 건축가로서 폐교를 리모델링한 오마이스쿨 건물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다. 이런 건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재미있다는 스타스의 답변에 모두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북방의 나라' 러시아에서 온 스타스는 그곳과는 다른 살인적인 한국의 더위에 조금 지쳐보였지만 한국의 경치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경치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한국'이 이들 동북아에서 온 친구들에게 '아름다운 나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됐다.

 '한국인'과 '조선인' 사이 

▲ 동막해수욕장을 찾은 제1기 청소년기자학교 학생들. ⓒ 이슬기

 지금의 '동북아'는 마치 세계의 화약고 같다. 반 세기 동안 계속 되어온 한반도의 갈등뿐만 아니라 각종 영토분쟁과 그를 뒷받침하려는 각국의 '역사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여러 정체성을 지닌 동북아 학생들이 혼란스럽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그들은 생각보다 '쿨'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동북아'라는 개념은 익숙하지 않다. 한국 사회가 '우리 핏줄'이라는 좁은 민족주의적 잣대로 스스로를 규정할 때 동북아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은 국경을 넘어선 탈국가적이고 탈근대적인 개념인 '동북아'를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우리의 기준대로 중국인, 조선인, 한국인, 러시아인, 고려인 등으로 구분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동북아에서 온 친구들에게는  중국이니 러시아니 하는 논쟁보다 서로간의 차이를 존중하고 여러 문화와 역사가 혼합되어 있는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듯했다. 이번 청소년 기자학교에서 동북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서로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서로를 인터뷰하면서 서로를 알아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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